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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1-05-23
제목	ADHD: 우리아이 자존감 찾기
토요 세상읽기] ADHD:우리 아이 자존감 찾기 사랑은 닫힌 가슴을 열게 합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뭐~여? 주의력이 뭐 어쨌다구?" 허리가 불편해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앉으시면서 이마를 감싸 쥐셨다. "아니, 내가 친 자식보담도 더 애지중지 키웠는디, 이게 뭔 말이랴.... 아이고 가심이야!" 어머니는 애꿎은 빈 가슴만 치셨다. 퇴근길 집사람의 호출을 받고 급히 귀가한 병철(가명) 씨. 낮에 막내딸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집사람은 말문을 쉽게 열지 못했다. 어머니의 한걱정에 조심스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이 나왔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날벼락이 떨어졌다. "어머니 요즘 애들은 이맘때 다 그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방바닥만 문지르던 병철 씨가 위로의 말을 던지지만 어머니의 한숨은 "후~우!" 땅이 꺼질 것만 같다. 윤정(가명)이는 엄마, 아빠, 할머니가 모두 있어서 그런지 마냥 싱글벙글이다. ＃ 윤정이는 초등학교 4학년, 올해 11살이다. 병철 씨와 부인은 순수하고 성격이 좋은 윤정이에게 기대가 컸다. 3살 터울 언니인 윤희(가명)보다 학교생활이나 공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치원에서도 모든 면에서 우등생이었다. 6살 때는 한자능력시험에도 합격, 엄마와 아빠에게 ‘천재 딸'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도 했다. 3년 전 병원에 가기 직전까지도 그렇게 믿었다. 3년 전 윤정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4학년 언니가 있었으니 더 든든했다. 문제는 입학 한 달 정도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불거졌다. "네? 윤정이가 짝이 없다구요? 친구 물건을 뺏었다구요?" "네, 손가락 빨고 연필도 깨물고 친구들이 싫어하네요." 어느 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놨다. "세상에, 왜 윤정이랑 짝하길 싫어하는 거야!" "왜 안하던 짓을 하지?" 병철 씨는 억울하고 답답했다. 그 후로부터 학교에서 전화가 잦았고 담임선생님 면담도 늘었다. 윤정이의 자신감은 1등이었지만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고 친구들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수업시간에 혼자 돌아다니기도 한다고?" 기가 막혔다. 결국 망설이던 병원을 찾았다. ＃ "그래서 애덜은 지 애미가 품고 키워야 허는 거다.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지 애미 냄새 못 맡고 자란 애덜은 표시가 나는 벱이지." 그 무렵 어머니는 이 말을 달고 사셨다. 당신이 직접 키우다시피 한 손녀딸이니 그 상실감이 오죽했겠는가. 사실 윤정이 엄마는 윤정이를 낳자마자 사업을 시작했다. 남편의 월급만으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이 둘을 키우기가 벅차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사업을 혼자몸으로 꾸려가면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점차 줄었다. 윤희는 다 컸으니 윤정이만 할머니가 봐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미 너 사업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살림이나 잘 혀라, 애덜 신경 좀 쓰고...." 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데 어떻게 그만둬? 그동안 들어간 돈과 시간, 노력이 얼만데...." 부인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병철 씨는 엄마의 빈자리를 자신이 대신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요즘은 칼퇴근이다. 병원에서의 조언처럼 윤정이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학교 알림장을 꼼꼼히 읽고 그날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친구처럼 대화한다. 교육방송을 보며 공부도 같이 하고 공기놀이에, 주말이면 등산도 함께 다닌다. 줄넘기 시합은 윤정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 잠자리에서는 끝말잇기 놀이로 잠을 청한다. 그러기를 6개월, 바쁜 엄마도 애써 시간을 보탠다. 윤정이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며 먹먹하던 가슴이 조금씩 트이는 것 같다. 며칠 전 학교에 다녀온 병철 씨는 "윤정이가 성적도 오르고 학교생활도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라는 말에 절로 웃음이 났다. 그날 저녁 병철 씨는 오랜만에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여보세요, 어 윤정아. 아빠? 친구들이랑 저녁 먹지. 줄넘기 시합? 그래 알았어!" "우리 딸이 줄넘기하자네. 미안!" 오늘도 병철 씨는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황해동 기자 happy2hd@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황해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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